한돌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알파고에 1승을 거둔 유일한 인간이다.
미국 교육업체 프린스턴리뷰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온라인 SAT(Scholastic Aptitude Test) 가격을 지역마다 다르게 매겼다. 그랬더니 아시아인들이 같은 강의를 거의 2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 수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리즘은 저소득층 지역 아시아인에게 가장 높은 가격을 부과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7월 열린 한 미인대회도 논란을 남겼다. 대회는 전세계 100개국 6천명이 제출한 인물사진을 대상으로 얼굴 대칭과 피부 상태, 주름 등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선정했다. 심사위원은 '뷰티닷에이아이'(Beauty.AI)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었다. 인공지능이 뽑은 수상자 44명 가운데 43명은 백인이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정책담당자든, 정치인이나 언론인, 그 밖의 누구에 대해서건, 뭘 하다가 안 됐을 때 비난하거나 욕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욕을 먹으면 자연히 위축되고, 행동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수해도 괜찮아'라는 문화만 생겨나도 많은 것이 바뀔 거예요. 그동안 번데기 때 죽었던 많은 것들이 나비가 돼서 날아오를 것입니다."
현실은 이미 성큼 앞서나가고 있다. 딥블루의 후예, IBM '왓슨'은 지난해 암 전문병원 엠디앤더슨센터에서 암 진단 '수련의'로 투입됐다. 알파고도 마찬가지다. 수담의 경지를 넘어 기아와 전쟁, 질병과 테러 위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영특한 기계로 재탄생할 때 비로소 인공지능의 본질적 가치에 접근하게 된다. 세기의 대국을 앞두고 방한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이번 대결은 인류의 승리"라고 말했다. 알파고의 행마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올해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정해진 답안을 추구하는 교육의 무용성을 알려준다. 답이 있거나 세상에 존재하는 경우, 이제는 검색하면 그만이다. 알파고에서 보았듯이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앞으로 교육시스템에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알려준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초등학생에게 기계가 더 뛰어날 수밖에 없는 국영수 대신 '사람이 기계보다 잘할 수 있는 걸' 가르쳐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우수인재를 키위기 위해서는 교육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허사비스는 체스 챔피언, 게임 개발, 컴퓨터공학 전공, 뇌과학 박사라는 다채로운 경험을 무기로 알파고를 개발했다. 만일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명문대 근처에도 못 가고 프로게이머가 됐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이 재편할 직업과 산업 지형의 변화는 '발등의 불'이 됐다.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이나 투자의 효과도 제한적이다. 디지털과 인공지능 환경에서 산업의 변화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빠르고 광범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나 '빠른 추격' 전략도 효용이 떨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에 패했지만, 만회하는 방법은 알파고의 결점을 찾아 묘수를 두거나 더 강력한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